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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그

컨버그의 대상관계 이론

컨버그(Otto F. Kernberg)는 현대 정신분석학에서 보기 드문 조직가이다. 그는 전통적인 본능이론의 중요한 특징들과 프로이트의 구조적 모델, 대상관계 이론, 자아심리학을 통합하여 포괄적이고도 정교한 이론을 구축하였다. 특히 클라인, 페어베언, 제이콥슨, 말러와 같은 대상관계 이론가들과 자아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수용하여 심리적 구조와 대상관계의 관련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경계선 장애를 중심으로 대상관계의 병리적 발달에 대해 집중적인 이론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매우 함축적이고 정교한 정신분석적 개념을 무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 정신분석 이론들 가운데 가장 난해한 이론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일관성이 있으며, 일단 파악만 되면 다양한 영역의 인간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유용한 개념적 지도를 제공해준다. 대상관계의 발달적 특징으로 성격조직의 발달 수준을 설명함으로써 그 이전에 불분명했던 성격병리를 경제적이고 명료하게 설명하였으며, 이러한 그의 이론은 치료실제에서 사례의 개념화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상관계와 자아 구조

컨버그는 자아 구조를 욕동과 그 파생물의 결과물로서 보는 전통적인 자아 심리학과 달리 자아 구조가 대상 이미지, 자기 이미지,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정서 등의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대상관계 단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대상관계 표상은 아동과 양육자의 상호작용이 내면화(internalization)된 결과라고 생각했으며, 특히 상호작용의 정서적 특성이 내면화를 주도한다고 믿었다. 한편, 클라인에게 있어서 심리적 구조는 대상관계 환상과 같은 것으로 간주되지만 컨버그는 환상과 구조를 명확하게 구분한다: 대상관계가 심리적 구조를 형성하는 재료가 되지만 심리적 구조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컨버그에게 있어서 발달과정은 대상관계 단위와 그에 대한 방어들의 내면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은 각 발달과정에서 자아의 통합능력에 따라 내사, 동일시, 자아 동일시의 세 가지 수준에서 이루어진다. 이들은 발달 수준을 반영하는 동시에 표상이 형성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내사(introjection)는 가장 초기의, 원시적인 형태의 내면화 과정이다. 이것은 어머니와의 상호작용이 분화되고 조직화되지 못한 채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으로써 통제되지 않은 원시적 정서에 의해 결정된 자신과 어머니에 대한 조악한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내사물들은 쾌/불쾌의 초보적인 정서를 중심으로 조직화되는데 양육자와의 긍정적인 경험은 좋은 대상관계로 조직화되며 좌절 경험은 나쁜 대상관계로 조직화된다.
동일시(identify)는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하는지, 또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인식할 수 있을 때 일어나는 과정이다. 즉, 중요한 상호작용에서 아동이 자기와 대상의 역할을 인식할 때 발생한다. 내면화 체계는 특정한 역할을 맡고 있는 대상의 이미지, 이에 대해 상보적 역할을 맡고 있는 자기 이미지, 그리고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한 정서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과정은 생후 10개월경부터 시작하여 36개월까지 진행된다. 자신과 타인의 역할을 인식한다는 것은 자기 이미지와 타인의 이미지의 변별이 더욱 분명해진 수준으로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발달은 이 시기에 아동의 지각, 기억, 그리고 다른 인지적 능력이 성장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자기와 타인의 이미지가 더욱 분명하게 변별됨으로써 아동은 더 광범위한 정서를 인식하는 능력이 발달하고 이로 인해 다양한 정서 조절이 가능해진다.
자아 동일시(ego identity)는 가장 성숙한 단계의 내면화로서, 동일시와 내사를 통해 내면화된 모든 대상관계 단위들을 자아의 종합 기능 아래서 조직화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때 내면화된 체계는 대상세계에 대한 일관성 있는 개념, 항구적 조직으로서 자기에 대한 안정된 감각, 그리고 양육자와 아동의 입장에서 이러한 일관성을 서로 인정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자기와 대상 표상의 변별과 통합이 촉진된다. 이 과정은 아동기 내내 지속되며 개인 내의 여러 자아 정체가 전반적인 조화를 이룰 때까지 계속된다. 컨버그는 일단 아동이 자아정체성을 성취하면 심한 성격장애가 예방된 것으로 믿었다. 자아정체성이 성취되기 위해서는 대상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부정적인 이미지보다 우세해야한다.

이러한 내면화 과정들은 소화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정상적인 발달에서, 정신구조가 발달함에 따라 초기 관계는 자체의 특징을 차츰 상실하고 기능적인 정신적 세계 안으로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간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정신구조는 우리가 먹은 것, 경험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심리적 과정에서는 실제 소화 과정과는 달리 치료 장면에서 소화과정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 원래의 섭취물을 조사할 수 있다. 이를테면 신경증 환자는 치료과정에서 자신의 것으로만 느끼던 초자아의 요구들을 환자와 부모와의 특별한 상호작용의 맥락에서 표현되었던 부모의 특정한 태도들로서 경험될 수 있다. 신경증 환자의 경우는 소화과정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심각한 병리를 가진 환자들은 어린 시절에 적절한 신진대사를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초기에 조절되지 않은 관계를 쉽게 치료자에게 전이시킨다. 치료자는 그 전이를 분석함으로써 그 환자의 초기 관계들이 어떠했는지를 이해한다. 그것은 장의 내용물을 채취해서 그 사람이 섭취한 음식물을 알아보는 것과 같다. 컨버그는 이러한 환자들은 내사물을 소화할 만한 정신구조를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에 ‘소화되지 않은(non-metabolized)’ 정신적 내용물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성격 발달

컨버그는 발달을 다음과 같이 다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 번째 단계(생후 1개월까지): 어머니와의 상호작용 경험을 내사해서 분화되지 않은 자기-대상 표상 형성한다.
두 번째 단계(2개월 - 6,8개월): 자기와 대상 이미지가 분화되기 시작. 이때 긍정적인 엄마-아기 상호작용 경험은 “좋은” 자기 및 대상 표상으로 조직화되며, 부정적인 엄마-아기의 상호작용 경험은 “나쁜” 자기 및 대상 표상으로 조직화된다.
처음에는 원시적 자아가 이러한 표상을 통합할 수 있는 심리적 능력이 없기 때문에 두 가지 자기 및 대상 표상은 분열되어 있다. 하지만 3,4개월에 이르러서는 나쁜 대상 이미지의 파괴적인 특성에서 좋은 대상 이미지를 보호하기 위해 두 대상 이미지를 능동적으로 분열시킨다. 이 시점부터 분열은 하나의 방어기제로서 사용된다.
세 번째 단계(6,8개월 - 10,36개월): 좋은 대상 이미지와 나쁜 대상 이미지를 통합함으로 대상 항상성을 확립하고 좋은 자기 이미지와 나쁜 자기 이미지를 통합함으로써 자아 정체성의 토대를 확립한다. 초기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기와 대상 이미지가 재융합되지만 후기로 가면 자아 경계가 잘 형성되어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유지될 수 있다.
네 번째 단계(오이디푸스 시기): 좋은 자기 표상과 나쁜 자기 표상은 구체적인 자기 개념체계로 굳어지고 좋은 대상 표상과 나쁜 대상 표상은 전체 대상 표상을 형성한다. 이 시기에 자기와 대상 표상이 통합된다는 것은 일차적인 방어 구조로서 억압이 분열을 대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부정적인 내사물은 분열되어서 분리된 자아 구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일한 심리 구조 내에서 억압된다. 이러한 억압 기제에 따라 자아, 초자아, 원본능의 삼중구조를 갖게 된다. 자아 조직에 대해 의미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시점에 이르러서이다.
이 시기에 이상적인 자기 표상과 이상적인 대상 표상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러한 이상적인 표상들은 이전의 환상적이고, 가학적인 초자아 전조물과 통합되어야만 한다. 적절한 환경에서 이러한 가학적인 초자아 전조들은 새로운 이상적인 표상과 현실적인 부모의 금지와 통합되면서 독립적인 심리 구조로서 초자아를 형성한다.
다섯 번째 단계: 자아와 초자아의 통합. 초자아가 응고화됨에 따라 자아와 초자아간의 날카로운 구별이 사라지고 초자아는 점차 성격 안으로 통합된다. 초자아의 통합은 자아 정체성의 형성을 촉진한다. 자아 정체성은 다른 사람과의 원활한 관계를 통해 발달하고 공고화되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이미 성취된 통합에 의해 가능하다. 이전 단계에서 대상 이미지의 조절을 통해 외부 대상과의 관계를 만족할 수 있으며, 이것은 다시 자기와 대상 이미지를 공고화해준다.

컨버그가 자신의 발달이론에서 강조하는 중요한 발달적 과제는 분화(differenciation)와 통합(integration)이다. 먼저, 자기 이미지와 타인의 이미지간의 분화가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분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독립적이고 분명한 자기감각이 출현할 수 없으며, 내적 세계와 외부세계 사이의 명확한 경계도 발전시킬 수 없다. 이러한 최초의 발달과제의 실패는 정신병적 상태의 전조가 된다. 두 번째 중요한 발달과제는 좋은 자기 및 대상 이미지들과 나쁜 자기 및 대상 이미지들을 통합하는 것이다. 이들 좋은 이미지와 나쁜 이미지를 통합함으로써 유아는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며, 만족스럽기도 하고 좌절스럽기도 한 ‘전체대상’을 경험하는 능력을 발달시킨다. 유아는 대상 이미지 안에 좋고 나쁜 감정을 통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자기 이미지 안에 좋고 나쁜 감정을 통합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자기는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며, 사랑스럽기도 하고 밉기도 한 존재로 느껴진다. 이러한 통합은 리비도와 공격성이라는 기본적인 욕동을 통합시켜 준다. 좋고 나쁜 감정들은 서로 결합되기 때문에 단일한 사랑이나 증오의 강도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이 두 번째 과제를 성취하는데 실패하면, ‘경계선적’ 병리가 발생한다. 정신병과 달리 경계선적 병리에서는 자기 이미지와 타인의 이미지들을 구별할 수 있으나 좋고 나쁜 감정들과 대상관계들을 함께 엮어낼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정신병리

컨버그는 자신이 제시한 발달단계에 따라 정신병리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발달단계에 고착되면 유아는 자기-대상간의 분화를 발달시키지 못하고 모성적 대상과의 공생적 유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이러한 유아는 자폐 정신병에 빠진다고 보았다. 두 번째 발달단계에 고착될 경우에는 자기-대상 간의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자기 표상과 대상 표상이 융합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성인의 정신분열증, 정신병적 우울증, 소아 정신병과 같은 정신병적인 장애의 원인이 된다고 보았다.
컨버그의 주된 관심은 세 번째 발달단계에서 기원하는 성격병리들에 있다. 그는 세 번째 단계에서 네 번째 단계로의 이동, 즉, 분열에서 억압으로 이동하는 발달적 변화에 근거해서 성격병리를 분류하고 있다. 낮은 수준의 성격병리에서는 분열을 주된 방어기제로 사용한다. 이 수준의 성격병리에서는 부정적인 자기 및 대상 이미지와 긍정적이 자기 및 대상 이미지를 통합하지 못한다. 여기서 초자아는 거의 통합되어 있지 않아서 편집적이고 충동적인 패턴을 갖게 된다. 컨버그는 여기에 경계선적 장애, 자기애적 장애, 성적인 일탈행동, 경조증적 장애; 대부분의 유아적 성격; 반사회적 성격, 충동적인 성격, 거짓(as if) 성격, 부적절한 성격들, 전정신병적(prepsychotic) 성격 장애 등을 포함시켰다.
중간 수준의 성격 장애에서는 일차적으로 억압을 주된 방어기제로 사용하지만 분열과 같은 낮은 수준의 방어를 일부 사용한다. 이 수준에서 초자아는 아직 잘 통합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매우 가학적이며 원초적인 자아 이상을 가지고 있다. 성격 패턴은 상당히 충동적이며, 상당한 분열이 나타난다. 컨버그는 여기에 수동-공격적 성격, 피가학적 성격, 유아적 성격, 많은 자기애적 성격 등을 포함시킨다.
높은 수준의 성격 병리는 네 번째 단계에 고착된 결과로 억압과 이와 관련된 방어들, 이를테면 억제, 정서의 고립, 주지화와 같은 방어들로 조직화되어 있다. 컨버그는 여기에 히스테리 성격, 강박적 성격, 우울-자학적 성격을 포함시킨다. 이러한 성격들은 구조화된 자아를 가지고 있지만 초자아가 아직 자아와 통합되지 못한 상태이다. 결과적으로 자아는 효율적으로 기능하지만 이는 심한 정서적 불만이라는 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심한 우울증에 걸리거나 정서적 만족을 누리지 못한다.

경계선 성격 조직

컨버그는 경계선 장애에 다음과 같은 전형적 증상과 성격 패턴들을 포함시킨다: 만성적이고 만연된 불안; 다양한 증상을 갖는 신경증; 다양한 형태의 성도착 경향성; 편집증; 분열성 성격; 경조증적 성격이나 기분변조적 성격; 유아적 성격, 거짓(as if) 성격, 반사회적 성격, 자기애적 성격; 충동적인 신경증. 컨버그에 따르면 겉으로 드러난 이러한 증상들은 단순한 자아의 약함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내재화된 병리적인 대상관계에 근거한 것으로서 좋은 자기 및 대상 표상과 나쁜 자기 및 대상 표상을 분리하기 위한 능동적인 방어로서 분열기제(splitting)를 사용하는데 그 원인이 있다.
컨버그는 자신의 분열 개념이 프로이트의 개념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그것은 멜라니 클라인의 개념에 더 가깝다. 컨버그는 분열을 이렇게 정의한다. “자기와 주요한 타인들의 모순적인 경험들을 해리시키거나 적극적으로 그 사이를 떼어놓음으로써 갈등으로부터 자아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1985, p. 16).” 이러한 모순적 상태는 교대로 활성화되지만 그것들 사이의 분열이 유지되는 한 이러한 갈등과 관련된 불안은 차단되거나 통제된다. 그러나 이 방어기제는 자아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적응능력과 탄력성을 잃어버리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경계선 환자가 분열기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좋은 자기 및 대상 표상은 나쁜 자기 및 대상 표상에게서 끊임없이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자기 및 대상 표상은 나쁜 자기 및 대상 표상이 가지고 있는 모든 부정적인 특성과 공격성에서 자유로와야만 한다. 따라서 그것은 전능하고, 전적으로 좋은, 비현실적인 자기 및 대상 이미지로 이상화 된다. 한편 부정적인 대상 이미지는 긍정적인 표상과의 접촉을 통해 중화되지 않기 때문에 과도하게 공격적인 자기 및 대상 이미지가 된다.
이러한 분열 성향은 치료상황에서 경계선 환자들이 보이는 독특한 전이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치료과정에서 환자들은 치료자에게 매우 모순되고 상반된 태도를 번갈아가면서 보인다. 치료자에 대한 환자의 지각은 아주 좋거나 나쁜 사람으로, 매우 강하거나 약한 사람으로,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사람으로 빠르게 변한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자신의 이미지도 빠르게 변한다. 신경증 환자는 오랜 분석 후에 강렬한 전이 반응을 보이지만 경계선 환자들은 치료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초기 관계의 매우 혼란스러운 양상을 전이시킨다.
분열의 결과 자아는 약화되고 자아 구조는 긴장과 갈등을 다루는데 필요한 자아구조가 발달하지 못한다. 그 대신 자아는 분열을 중심으로 투사, 투사적 동일시, 내사, 전능성의 방어, 원시적인 이상화와 평가절하와 같은 원시적인 방어기제를 형성한다.
특히 투사적 동일시와 같은 원시적인 방어 조직은 자기와 대상 이미지의 융합을 초래하며 일시적인 정신병적 상태로 이끌 수 있다. 투사적 동일시는 원하지 않는 자기의 일부를 다른 대상에게 투사하고 대상과 자기의 투사된 부분이 동일시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지향하는 한 가지 목적은 대상에게 강압적으로 들어가서 대상을 자신의 일부로 만들고 그것을 통제하려는 데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아 경계는 더욱 약화되며 이 때문에 경계선 환자들은 치료적 관계와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 빈번하게 자기-대상의 경계를 상실한다. 물론 이미 이전 단계에서 자기 이미지와 대상 이미지의 분화과정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다른 상황에서는 현실 검증력이 유지된다.
이러한 방어기제들은 분열을 중심으로 조직화된 것들이다. 이를테면 전적으로 좋은 자기 및 대상 이미지와 전적으로 나쁜 자기 및 대상 이미지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좋은 대상 이미지와 동일시함으로 원초적인 이상화로 나타나거나, 전적으로 좋은 자기 이미지를 동일시함으로 환상적인 전능성을 초래하거나, 상반되는 이미지의 분리를 유지하기 위해 부인 방어를 사용하고, 전적으로 나쁜 자기 이미지를 제거하기 위해 투사와 투사적 동일시 기제를 사용하며, 박해 대상에게서 보호하기 위해 평가절하를 사용하게 된다.

자기애적 성격 조직

컨버그는 대부분의 자기애적 성격조직이 기저에는 경계선적 병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좀더 적응적인 양상을 띠는 병리로 보고 있지만 어떤 자기애적 성격조직의 경우에는 3단계가 아니라 4단계에 그 기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경계선 성격조직과 구별되는 점은 이상적인 자기, 이상적 대상, 자기 이미지를 융합해서 자아 약함을 보상하는 과대적 자기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어는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자아 약함이 나타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경계선 성격보다 사회적응이 좋다.
이들은 현실적인 자기 개념이 없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 과장되게 떠벌리는 경향이 있다. 과대적 자기를 떠받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서 끊임없이 관심과 찬탄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러한 버팀목이 사라질 때 놀라울 정도로 퇴행한다. 자기를 지탱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의 찬탄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자기 개념이 분열의 토대 위에 세워진 기저의 성격구조에 대한 방어라는 점을 가리킨다. 이 환자의 자기 이미지는 경계선 환자의 자기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전적으로 좋은 것과 전적으로 나쁜 것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들은 전적으로 좋은 자기 이미지가 안정된 성격 구조로 통합되었다는 점에서 경계선 환자와 다르다. 주변에서 과대적 자기를 긍정해주지 못할 때 평가 절하된 부정적인 자기 이미지가 나타난다. 결국 과대성과 자기 평가 절하는 의식에서 뒤바뀌어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양자는 서로 분열되어 있다.
이 사람들은 끊임없이 과대적 자기의 배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대인 관계는 상당히 착취적인 성격을 띤다. 다른 사람은 자신의 우월감을 고양시켜줄 때만 가치 있게 받아들여진다. 일반적으로 대인관계나 인격에 따스함이나 깊이가 결여되어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은 경계선 장애를 갖게 되고 어떤 사람은 자기애적 장애를 갖게 되는가? 컨버그는 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지만 여기에는 환자가 자라난 가족의 특성이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개인력을 살펴보면 보통 부모중 한 사람이 냉담하고 악의적이다. 이 때문에 유아의 시기심과 증오는 더욱 커지게 된다. 특별한 자질이나 재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컨버그는 이러한 환자는 다른 사람에게서 시기심과 찬탄을 불러일으키는 어느 정도의 현실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환자는 가족내에서 ‘신동’과 같은 특별한 역할을 맡게 되고 이 때문에 공격성에 대한 방어로서 과대적 자기를 형성한다.
자기애적 환자는 과대한 시기심과 증오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못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시기심을 불러일으킬까봐 두려워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는 듯이 거만하고 냉담한 태도를 취하거나 다른 사람을 불손하게 깎아 내린다. 결국 이러한 환자는 다른 사람의 시기심을 방어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서 받는 모든 것을 망쳐버린다. 다른 사람에게서 만족을 얻는다는 것은 자신의 의존성을 인정하는 것이며, 이는 자기애적 환자가 견딜 수 없는 것이다. 그 결과 자기애적 환자는 공허하고, 굶주린 자기를 갖게 되며 다른 사람을 더욱 시기하게 된다. 컨버그에 따르면 이러한 공허하고, 굶주리고, 격노한 자기가 자기애적 환자가 가지고 있는 깊은 수준의 자기 개념이다.
자기애적 환자는 자신들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상화한다. 이상화를 진실한 칭찬과 인정으로 오해해서는 안된 다. 이것은 과대적 자기를 대상에게 투사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대상은 있는 그대로 경험되지 않는다; 대상은 환자의 자기를 나타낸다. 만일 이러한 대상이 환자를 실망시킴으로 자기애적 목적에 기여하지 못하면 가차없이 포기하고 평가절하한다. 이들에게는 대상에 대한 진정한 애착이나 관심이 결여되어 있다.
여기서 컨버그가 이상화를 일종의 방어기제로서 보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상화를 발달 정지에 대한 반응으로 본 코헛과 정반대이 관점이다. 자기애적 성격에서 보이는 이상화에 대한 컨버그의 관점은 클라인의 투사적 동일시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대상은 자기를 나타내며 따라서 투사에 맞추기 위해 통제되어야만 한다. 여기에는 코헛에게서처럼 융합의 개념이 없다. 대상은 환자와 같아져야만하는 것이지 환자와 융합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기애적 장애에서는 자기-대상 간의 경계가 유지되기 때문에 이들에게 융합과 같은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경계선 환자의 치료

컨버그가 제시한 경계선 장애의 치료에 필요한 원칙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정적인 전이가 주된 치료 초점이 되어야한다. 초기의 병리적인 대상관계가 활성화되면서 환자는 자신의 강렬한 공격성을 치료자에게 투사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전이는 치료적인 동맹과 관찰하는 자아의 발달을 방해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부정적인 전이에 대한 지속적인 해석을 통해 투사-내사의 악순환을 끊어버림으로 치료적인 동맹을 형성하고 관찰하는 자아를 고양시킬 수 있다.
부정적인 전이는 행동화에서처럼 분명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잠재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환자들은 종종 부정적인 대상 관계를 치료 상황에서 분열시켜버림으로 우호적이지만 피상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이때 치료자가 피상적이고 감정이 유리된 환자의 태도를 받아들인다면 그동안 근본적인 병리를 키워온 부정적인 전이에 대한 부인에 기초하여 치료 관계가 형성된다. 환자의 공격성을 분석적 관계 속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분열된 부정적인 전이를 해석해주어야 한다. 컨버그는 이러한 종류의 치료적 개입이 불안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불안은 공격성이 치료적 관계 속으로 들어왔음을 반영하고 이를 통해 분열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적 진전을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둘째, 부정적인 전이에 대해서는 분석하지만 환자의 치료자에 대한 관계에서의 긍정적인 측면을 해석하지 않음으로 치료적 동맹을 발전시킨다. 컨버그는 전이 분석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치료적 동맹 관계가 선재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치료자에 대한 어느 정도 긍정적인 감정은 치료적 동맹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해석되지 않고 내버려두어야 한다.
셋째, 분열된 대상관계 단위들은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서 통합되어야만 한다. 분열된 자기 및 대상 이미지의 단위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은 경계선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이러한 과제를 성취하기 위해서 치료자는 분열된 자기 및 대상 이미지를 확인하고 명명하며, 그리고 둘 간의 갈등을 지적해야만 한다.
넷째, 이러한 분열된 대상관계 단위를 확인하기 위해서 역전이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이러한 분열된 자기 및 대상 이미지는 치료 상황에서 재빠르게 뒤바뀌며 실연되기 때문에 이를 식별해내는 작업은 상당히 어렵다. 이때 치료자는 자신의 역전이를 탐색함으로써 이러한 작업을 수행해 낼 수 있다. 여기서 역전이는 치료장면에서 치료자가 느끼는 모든 반응을 포함한다. 일단 치료자가 환자로부터 부여받은 역할을 이해하면 전이에서 실연되고 있는 자기 및 대상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다섯째, 현재 실연되고 있는 대상관계에 대해 해석하면서 이에 대한 환자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경계선 환자는 이러한 전이해석에 대해 흔히 동일한 대상관계의 역할을 뒤바꾸거나 치료장면 이외의 이자 관계로 이동함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새롭게 실연되고 있는 전이해석에 대한 반응 또한 해석해 주어야 한다.
여섯째, 관련된 방어들이 지속적으로 해석됨으로 모두 체계적으로 해제되어야 한다. 분열에 대한 해석은 이와 관련된 원시적 방어들을 드러나게 해준다. 이러한 방어들이 체계적으로 분석되어야 분열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
일곱째, 해석만으로 경계선 환자들의 문제를 다룰 수 없으며 치료과정에서 공격성의 본능 만족을 막을 수 있는 부가적인 안전장치(parameters)들이 도입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부가적인 조치들은 부정적인 전이의 행동화를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현실 검증력과 관찰하는 자아를 길러주기 위해서 필요하다.
여덟째, 전이 정신병은 자기-대상 경계를 재확립하기 위해 부가적인 조치를 취할 뿐만 아니라 현실을 명료화함으로써 관리되어야한다. 경계선 환자는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투사-내사의 악순환이 강렬하고 빠르게 일어날 경우 자기-대상 경계를 잃어버린다. 결국 치료 상황에서 정신병적 상태에 빠지지만 근본적인 자기-대상 경계는 온전하기 때문에 다른 상황에서 현실 검증력은 유지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치료자는 환자와 치료자간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거나 부정적인 전이를 행동화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
아홉째, 전이 분석은 지금-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국한되어야하며, 발생학적 재구성은 치료말기까지 미루어져야 한다.

자기애적 장애의 치료

자기애적 장애의 치료는 경계선 장애의 치료와 유사하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라면 병리적으로 내재화된 대상관계를 드러내기 전에 자기애적 저항을 극복하는 과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과대 자기는 아주 효과적인 방어기제로 기능하기 때문에 정신병적 퇴행이 일어날 위험이 적지만 이를 해소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컨버그는 자기애적 장애의 치료에 수정되지 않은 정신분석을 추천한다.
컨버그의 치료전략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과대적 자기와 이상화가 반드시 해석을 통해서 해제되어야한다는 점이다. 컨버그는 과대적 자기와 이상화를 병리적인 대상관계를 방어하는 하나의 방어기제로서 보고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이상화를 해석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코헛의 주장을 비판한다. 코헛의 접근은 방어를 해제하기보다 지지하기 때문에 분석적 치료라고 할 수 없다. 정신분석적인 접근에서는 과대적 자기와 이상화 방어의 기저에 있는 공격성, 박해불안, 대상에 대한 굶주림, 의존에 대한 두려움 등을 해석을 통해 해소해야한다.
자기애적 환자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기가 아주 어려우며, 이러한 특성은 치료상황에서 해석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난다. 치료자를 평가절하하거나 무시하고, 치료과정을 아주 무가치한 것으로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치료자는 이러한 행동을 시기심, 격노, 의존에 대한 불안에 대한 방어로 해석해주어야 한다. 극단적으로 치료자의 치료 노력을 무산시키는데 온 힘을 기울이는 ‘악의적인’ 자기애적 환자도 있다. 이러한 ‘승리’에 아주 만족을 느끼기 때문에 거짓말까지도 기꺼이 할 것이다. 심지어는 자해나 자살시도까지 할 것이다. 치료자는 자신과 타인을 파괴하는 이러한 행동과 거짓말에 대해 직면하고 그 기저에 있는 시기심을 해석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치료과정을 진행할 수 없다.
컨버그는 편집적 퇴행에 대해 치료자가 ‘보복하지 않고 살아남아야’한다는 위니캇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치료자가 엄격한 태도를 고수하고 전이 왜곡에 대해 일관되게 해석해줌으로서 분석적인 틀을 재확립할 수 있고, 결국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공격성의 비합리적인 측면을 인식하게 해준다. 이렇게 해서 죄책감과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갖게 될 때에야 좀더 정상적인 대상관계와 초자아 구조를 발전시키기 시작할 것이다.
과대적 자기와 이상화 방어를 해소하면서 의식에서 분리되었던 병리적 대상관계가 전이에서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이때 치료자는 종종 가학적인 부모대상이 되며 환자는 치료자를 이상화함으로 방어하려고 한다. 환자는 이상화된 자기 및 대상 이미지와 부정적인 자기 및 대상 이미지를 빠르게 번갈아가며 실연한다. 치료자는 상보적 표상으로 지각된다. 이를테면 환자가 유아적이고 희생당하는 아이와 동일시되고 치료자는 가학적인 어머니로 경험되거나 자신은 이상화된 아버지와 동일시하면서 치료자를 공허하고, 탐욕적인 아이로 지각한다.
부정적인 전이와 격노를 극복해가면서 환자는 자신들이 증오하고 두려워하는 어머니/치료자가 자신의 공격성의 투사물이며 자신들이 이상화하고 갈망하는 어머니/치료자와 동일한 대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우울한 양상을 보이게 된다. 컨버그는 클라인과 마찬가지로 환자가 이러한 우울한 양상을 보이게 되는 것을 치료적인 진전이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한다. 환자는 이제 양가감정을 경험할 수 있으며, 분석가는 독립되고, 분리된 개인으로 경험되며, 자기애적 저항을 해소하고 정상적인 유아적 자기애를 보이면서 분석가에게 의존할 수 있다.

사랑과 성에 대한 컨버그의 견해

고전적인 정신분석에서는 성숙한 사랑을 하는데 필요한 조건으로 성기적 우위성(genital primacy)을 꼽고 있다. 성기적 우위성은 전통적으로 성기 결합을 통해서 오르가즘을 느낄 수 있는 능력과 동등시 되었다. 성기적 우위성의 획득은 심리성적 발달의 이상적 수준을 가리키며, 이 수준에 도달한 개인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해소하고, 양가적인 태도를 넘어 온전하게 대상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성기적 성격에 대한 빌헬름 라이히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그는 일부일처의 가족제도 안에서 강박적이 되거나 억압받지 않으면서 성적인 만족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합리적인 동기가 주어지면 어떠한 상처도 입지 않고 대상을 바꿀 수 있다. 그는 죄책감이나 도덕적인 생각 때문에 성적 대상을 고집하지 않으며, 즐거움을 위한 건강한 욕망을 지닌 채 성적 대상에게 신실성을 갖는다. . . . 아마도 그는 다수 대상을 지향하는 자신의 욕망과 사랑하는 대상과의 사이에서 갈등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심리적인 억압 없이도 그 욕망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욕망이 자신을 과도하게 괴롭힌다면 그것에 굴복할 수도 있다. 그 결과로 초래되는 실제적인 갈등은 현실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것이다. 그는 어떠한 신경증적인 죄책감에도 사로잡히지 않는다.

컨버그는 이러한 성기적 우선성의 개념이 재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성기 결합을 통해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능력은 결코 성숙한 사랑의 능력을 보장하지 않으며, 항상 더 높은 수준의 심리성적 발달을 나타내지도 않는다. 임상적으로 성교에서 완전한 오르가즘을 누리는 능력은 심각한 자기애적 성격 환자와 성숙한 사람들 모두에게서 발견되며 또한 성적 억제는 대부분의 심각한 자기애적 고립유형의 환자와 비교적 경미한 신경증 및 성격 병리 환자 모두에게서 발견된다.
컨버그는 성숙한 애정관계를 확립할 수 있는 능력은 그 사람의 대상관계 발달 수준이 좌우한다고 보았다.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첫째로 전오이디푸스 시기에서 부분대상관계가 전체대상관계로 통합되는 것이 필요하며, 둘째로 오이디푸스 시기에 오이디푸스 갈등을 해소하면서 성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 필요하다. 따라서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의 발달은 성감대가 활성화되는 순서보다는 내재화된 대상관계 발달의 변천에 의존한다. 이것은 내재화된 대상관계가 인간의 본능 발달을 위한 주요 조직자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컨버그는 이러한 능력의 발달은 다음과 같은 일련의 연속선상에서 나타난다고 보았다.
1) 어느 누구와도 애정관계를 맺지 못하는 무능력(심각한 자기애적 성격)
2) 성적인 문란(중등도의 자기애적 성격)
3) 애정대상에 대한 원시적 이상화(경계선 성격)
4)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나 성적인 억압이 있음(신경증, 덜 심각한 성격 병리)
5) 안정적이며, 깊은 대상관계를 맺으면서 자유롭게 성적인 오르가즘을 느끼는 경우
흥미로운 점은 기능적으로는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되는 자기애적 성격이 경계선 성격보다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에서 보다 낮은 차원에 있다고 보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정신분석 치료에서 자기애적 성격이 경계선 성격보다 일반적으로 예후가 더 좋지 않다고 보았다.
자기애적 환자는 그들이 가진 시기심과 탐욕, 즉 대상을 차지하고 평가절하하며 망치고 싶은 무의식적인 충동 때문에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유지할 수 없다. 그들은 일시적으로 대상에 열중하며 사랑에 빠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대상을 정복하고 나면 빠르게 대상에 대한 흥분과 관심이 사라져 버린다. 이들의 사랑은 가슴이나 성기 또는 엉덩이나 질과 같은 신체 표면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으며, 좋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주지 않는 대상을 소유하고 망쳐버리려는 탐욕에 지나지 않는다.
경계선 환자는 자기애적인 환자보다도 좀더 지속적이고 강렬한 사랑에 빠지나 이것을 유지할 능력이 없다. 애정대상은 비현실적이고 원시적으로 이상화되다가 자신의 공격성이 투사된 아주 나쁜 대상으로 전락해버린다.
신경증 환자나 경미한 수준의 성격장애자들은 애정 대상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성적으로 억제되어 있다. 애정관계가 깊어질수록 해소되지 않은 오이디푸스 갈등이 활성화되면서 계속해서 사랑에 머물러 있지 못한다.
컨버그는 커플을 유지시키는 기본 요소로서 성적인 열정(passion)을 들고 있다. 성적인 열정은 성교시 오르가즘에서 전형적으로 표현되지만 그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부드러움, 정교한 동일시, 성숙한 형태의 이상화, 그리고 깊은 내면의 대상관계에 대한 헌신 등이 통합된 복잡한 정서적 상태이다. 그는 이러한 정서상태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성적인 사랑에서는 해소될 수 없는 분리를 인식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된다는 초월의 느낌을 갖게 된다. 개별성으로 인해 외로움과 갈망 그리고 모든 관계가 깨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기는 반면에, 두 사람의 연합에서 초월을 통해 세계와 하나가 되는 느낌, 영원성과 새 창조의 느낌을 맛보게 된다. 따라서 그것은 흥분되고 감동적이면서도 고통스러운 상태이다. . . . 사랑은 다른 사람이 가진 자유를 드러내주며, 그 대상이 파괴될 수도 대체될 수도 없다는 것을 발견하면서도 그 욕망하는 대상을 파괴함으로써 욕망을 충족시킨다는 모순적 본질을 드러낸다(1985, p.371-372).

컨버그는 성적인 열정을 역동적으로 또는 갈등적으로 결정된 한계로 인해 분리된 심리내적 구조들 사이를 연결시킨다는 의미에서 경계 넘기를 나타내는 정서적 상태라고 규정한다. 성적인 열정에서 넘어서게 되는 가장 중요한 경계는 자기의 경계이다. 성적인 열정은 자기 경계를 초월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요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경험되는 근본적 경험이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다.
1) 생물학적인 자기 경계 넘기: 오르가즘에서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생물학적인 반응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임으로 존재의 생물학적인 뿌리로 인식을 확장시키는 것.
2) 자기-타자의 경계 넘기: 성적인 파트너에 대한 정교한 동일시를 통해 경계를 넘으면서도 분리된 정체감 유지.
3) 원시적 정서를 막고 있던 방어벽의 해체: 타인과 연합될 때 증오와 시기심과 공격성이 풀려나올 위험을 감수하는 것.
4) 성적인 열등감, 두려움, 죄책감의 극복: 환상 가운데 오이디푸스적 부모와의 연합을 경험하고 새로운 대상관계를 통해서 그러한 연합을 초월하고 폐기.
5) 시간과 공간의 제약 초월: 세계와 하나가 되는 느낌. 영원성과 새 창조의 느낌.

맺는 말

근래의 정신분석학에서 나타난 가장 흥미로운 이론적 논쟁은 컨버그와 자기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는 프로이트의 기본 이론을 고수하려는 컨버그의 입장과 프로이트의 욕동이론을 포기하려는 좀더 급진적인 자기 심리학자들 사이의 입장차이 때문이다. 컨버그는 코헛의 자기 심리학이 신체와 성, 그리고 특히 공격성을 중시하지 않고 있다고 보았다. 컨버그에게 있어서 중심되는 역동은 사랑과 증오간의 갈등이었다. 그는 이것이 전이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난다고 믿었다. 그러나 코헛은 공격성도 충동적인 성과 마찬가지로 자기애적 상처에 따른 부산물로 보았다. 코헛의 모델에서 사람들은 자기애적 평형과 응집력을 유지하기 위해 분투한다. 코헛은 자기애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취약한 자존감을 보호하려고 한다고 보았다. 컨버그는 강렬한 시기심으로 인해 자기애적인 사람들이 남을 경멸하고 깎아 내린다고 보았다. 코헛은 치료자가 자기애적인 사람의 자기경험을 공감적으로 반영해줌으로써 좀더 견고하고 건강한 자기를 발달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컨버그는 치료자가 자기애적인 사람이 지닌 근저의 시기심을 해석해줌으로써 좀더 통합된 대상관계를 발달시키도록 도울 수 있다고 보았다. 서로를 거울처럼 반영하듯이 이 두 접근들 간의 긴장은 정신분석학의 이론화를 활성화 시켰으며, 임상가들에게는 임상적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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